01화. 충주맨이 떠난 자리, 공직사회의 민낯을 보다
부산의 한 동행정복지센터, 20년 차 지방직 공무원인 나에게 최근 들려온 소식은 꽤나 충격적이었다.
"주사님, 혹시 충주맨이라고 들어보셨나요?"
한 5~6년 전쯤이었나? 정확한 시점은 기억나지 않지만 후배의 뜬금없는 질문이 문득 떠오른다. 그때 처음 '충주맨(김선태 주무관)'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당시에도 각 부처나 지자체마다 홍보팀은 있었지만, 그저 그런 천편일률적인 홍보뿐이었다. 내가 아는 '파격'이라곤 부산경찰청이 포돌이 캐릭터를 활용해 조금 재미있게 한다는 정도? 그런데 충주맨이 보여준 특유의 B급 감성과 '병맛' 홍보는 듣도 보도 못한 충격이었다.

알고리즘에 이끌려 충주시 유튜브(충TV)를 보면서 나는 단순한 재미를 넘어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저 정도 컨셉이 보수적인 기초지자체에서 가능하단 말인가? 도대체 결재는 어떻게 받은 거지?'
일반적인 공직사회에서는 상상도 못 할 일을 해내는 뚝심, 그리고 그걸 용인해 주는 관리자와 시장의 강단이 솔직히 부러웠다.
세월은 흘러 지난 명절 연휴 며칠 전, 이번에도 후배 직원이 말을 걸어왔다.
"사무장님, 충주맨 사표 썼다고 하던데요?"
예상은 했지만, 막상 들으니 놀라웠다. 인구 20만의 지방 소도시, 그곳의 팀장 한 명(충주시 뉴미디어팀장)의 사직이 전 국민적인 이슈가 된 적이 있었던가.
이번 사직 소식을 접하며 나는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공직사회 내부에서 그는 어떤 시선을 받았을까? 20년 차 공무원의 시각으로 본 '충주맨 현상'과 그 이면의 공직사회 민낯을 이야기해보려 한다.
1. 7년 만에 6급 승진? '상대적 박탈감'이라는 독
충주맨의 이력을 뜯어보자.
그는 2016년 10월 9급으로 입직해, 2024년 1월 6급으로 승진했다. 불과 7년 3개월 만이다. 심지어 1년 후에는 '팀장' 보직까지 받았다.
일반적인 지방직 공무원이 9급에서 6급 팀장이 되기까지 얼마나 걸릴까? 지자체마다 다르지만 평균 18년에서 20년은 족히 걸리는 고행길이다. 나 역시 '사무장'이라는 직함을 다는 데 딱 20년이 걸렸다.
대중은 파격 승진에 환호했지만, 조직 내부의 공기는 달랐을 것이다. 물론 순수하게 응원하는 동료도 많았겠지만, 묵묵히 일해온 다수 직원의 마음속에는 '상대적 박탈감'과 질투가 만연했을 것이라 짐작한다. 공무원 조직을 지탱하는 것은 '탁월한 능력'이 아니라 '연공서열'이라는 암묵적 약속이기 때문이다.
"유튜브 좀 키웠다고 초고속 승진? 나는 악성 민원인한테 멱살 잡혀가며 20년을 버텼는데?"
겉으로는 박수쳤을지 몰라도, 점심시간 뒷담화나 메신저 대화창에서는 그의 일거수일투족이 도마 위에 올랐을 것이다. 공무원 사회에서 '유능함'은 때로 죄가 된다. 나의 성실한 무능을 돋보이게 만들기 때문이다. 동료들의 시기와 질투는 보이지 않는 칼이 되어 그를 찔렀을 것이고, 그는 '공무원'이라는 신분보다 '조직원'이라는 굴레가 더 무거웠을지 모른다.

2. '제왕적 권력'의 비호, 그리고 예고된 시한부
처음 충TV를 봤을 때 든 첫 생각은 "이거 결재 어떻게 받았지?"였다.
충주맨의 성공 신화 뒤에는 '충주시장'이라는 확실한 서포터가 있었다. B급 감성을 허용하고, 사고를 쳐도 막아주는 최종 결정권자의 '묵인' 혹은 '전폭적 지지'. 과장이나 국장들도 시장의 의중을 파악했기에 결재 도장을 찍어줬을 것이다. 시장의 포용력이 없었다면 지금의 충주맨은 탄생하지 못했다.
문제는 이것이 시스템이 아닌 '사람'에게 의존한 결과라는 점이다. 시장이 바뀌면? 국장이 바뀌면? 그를 지켜주던 보호막은 순식간에 사라진다.
특히 충주시장은 3선 연임 제한으로 곧 물러나게 된다.(다른 선출직에 출마하기 위해 물러났다는 이야기도 있다.)
충주맨이 과거 언급했던 '순장조' 이야기가 현실로 다가오는 순간이다.
어쩌면 사직 타이밍은 시장 교체기와 맞물린, 가장 영리하고도 필연적인 선택이었을 것이다. 공무원 조직은 매뉴얼에 없는 일을 하는 사람을 가장 경계한다. 1인자의 총애를 잃는 순간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는 구조적 불안함이 그를 조직 밖으로 눈 돌리게 했을 것이다. 물론 본인이 생각하는 유튜버의 삶이나 다른 원대한 계획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3. '순환보직'이라는 철칙을 깬 대가
공무원은 '제너럴리스트(Generalist)'여야 한다. 인허가를 담당하다가 발령이 나면 내일 당장 교통 단속을 나가야 하고, 1년 뒤엔 청소 행정을 해야 한다. 전문성이 쌓일 틈을 주지 않는 이 '순환보직' 원칙은 공무원을 언제든 갈아 끼울 수 있는 부품으로 만든다.
충주맨은 이 룰을 깼다. 입사 이후 순환보직 없이 홍보 업무에만 전념했고, 심지어 그 자리에서 팀장 보직까지 받았다.
물론 '전문관' 제도가 있지만, 보통 길어야 5년이다. 한 자리에서 승진과 보직을 모두 해결하는 특혜는 공직사회에서 받아들이기 힘든 일이다.
이 파격은 역설적으로 그를 조직 내의 '이방인'으로 만들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다른 직원들이 기피 부서에서 격무에 시달리며 순환할 때, 그가 누린 '전문성'의 기회는 조직 내 위화감을 조성하는 불씨가 되었다. 조직은 그를 품기 위해 원칙을 깼지만, 그 파격이 결국 그를 조직과 융화되지 못하게 만든 셈이다.
조직은 개인의 재능을 끝까지 책임져주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조직의 비호는 영원하지 않다는 것이다.
나는 20년 차 공무원으로서 후배들에게 말하고 싶다. 충주맨을 부러워만 하지 마라. 대신 공무원이라는 '안정성'을 도구 삼아, 조직 밖에서도 통할 수 있는 나만의 무기를 갈고닦아라.